미국이 중국 정보통신기술(ICT) 제품을 배제하고 있는 이유로 안보 위협을 들고 있다.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인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중국 정부와 모종의 연계 속에 미국 통신체계에 침투해 기밀 유출 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. 화웨이가 제작한 통신 장비에 `백도어(뒷문)`가 있다는 주장은 미국 언론에서 처음 제기했다.
블룸버그 뉴스위크는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와 업체 관계자 말을 인용해 "중국이 초소형 칩을 이용해 미국 애플과 아마존 등 30개 업체에 침투했다"고 보도했다. 이들 기업 서버에서 발견된 초소형 칩이 데이터를 몰래 빼내갈 수 있는 `백도어`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. 애플이나 아마존은 미국 국방부 사업도 수주하기 때문에 이 같은 보도는 큰 파문을 일으켰다. 실제로 초소형 칩으로 데이터를 훔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.
국내에서 유일하게 시스템 도·감청 보안 전문 업체를 운영하는 한동진 지슨 대표는 "무선 백도어가 기술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"고 귀띔한다. 초소형 칩이 서버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무선으로 송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.
그는 특히 "무선 백도어 기능을 하는 스파이칩은 제조 과정에서 넣을 수 있고, 제품이 완성된 후에도 누군가 심어 넣을 수 있지만 이것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"고 설명했다. 심지어 스파이칩을 원격 조종해 기기 작동을 중단시키는 `킬 스위치` 기능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.
한 대표는 "인터넷 기반으로 운영되는 국가 중요 시설에서 킬 스위치가 작동되면 안보에 즉각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"고 덧붙였다.
이상진 고려대 교수(정보보호대학원장)는 미국이 화웨이를 압박하는 것은 미·중 패권 경쟁이라는 큰 틀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. 그는 "중국 제품의 (정보 탈취) 문제가 부각되면서 통신 네트워크 보호는 전 세계적인 이슈로 떠올랐다"며 "유럽은 통신망을 구축할 때 하드웨어는 중국산, 소프트웨어는 미국산을 쓰지만 정보 유출 등을 막기 위해 이를 검증하는 기술은 스스로 만든다는 방침"이라고 설명했다.
[안두원 기자] 매일경제